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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입문편 - 케빈 리] 본격적으로 토론을 공부하고 싶을 때. 본문

토론의 발견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입문편 - 케빈 리] 본격적으로 토론을 공부하고 싶을 때.

세이스토리 2022. 10. 23. 23:27

토론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소개할 만한 책으로 케빈리의 <디베이트 입문편>을 추천합니다. 물론 정말 공부하려면 토론학과라도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대학에 학과로 개설되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여러 학과에서 '토론지도' 나 '토론수업'으로 만날 수는 있겠지요. 

토론이란 무엇인가.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책에 밑줄 치면서 공부했어요.

저자는 '토론'이라는 말 대신에 '디베이트'라는 말을 씁니다. 우리나라에서 '토론'은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협소한 의미의 '토론' 그러니까, 찬성과 반대를 나누어 하는 토론만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말에서도 '토론'은 '찬성과 반대가 나뉘는 주제에 대해 근거를 들어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말하기 방식'입니다. 그런데 토론 책을 찾아보면 '근거를 들어 말하는 방식'에 해당하는 모든 말하기를 '토론'이라고 부릅니다. 심지어는 묻고 답하는 것도 토론이라고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토론'이라는 말이 들어간 책 중에는 '토론'이 아닌 것들도 꽤 많아요. 물론 이런 책들도 논리적 말하기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토론'에 대해 배우려고 손을 댔다면 좀 실망하게 되죠.

이 책은 디베이트를 '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음녀서도 각종 디베이트 포맷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링컨더글러스 디베이트, 의회식 디베이트, 팔리시 디베이트와 한국식 CEDA 디베이트 (각종 대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일면 세다토론입니다. 은근히 복잡해서 순서를 외우기 어렵죠. ^^;;), 칼 포퍼 디베이트가 소개되어 있어요. 이러한 디베이트가 어떻게 발생해서 어디에서 활용하였는지까지 나와있어서 디베이트의 역사를 배우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러 디베이트 포맷이 있지만 교육적으로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입니다. 2002년에 창안된 디베이트 방식이예요. 이 디베이트 포맷의 특징은,

1. 찬성이 먼저 발언하는 형식이 아니라 (먼저 발언 팀 / 나중 발언 팀)으로 구분합니다. 

2. 교차질의 시간을 주어서 질문만 하거나, 답변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하고요.

3. '요약'과 '마지막 초점'을 분리하였습니다. 

4. 발언순서는 먼저 발언 팀 -> 나중 발언 팀 으로 진행하며 (입안 - 교차질의 - 반박 - 교차질의 - 요약 - 전체 교차질의 - 마지막 초점) 순으로 발언합니다. CEDA토론을 해 보셨다면 이 순서가 얼마나 깔끔한지 아실거예요. 

적용해 본 경험

학생들과 여러 토론을 시도해봤는데 가장 마지막에 본격 토론 수업은 늘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를 사용했습니다. 토론의 주요 과정이 다 들어있으면서 순서가 복잡하지 않아서 익히기 쉽기 때문인데요. 다만 먼저 발언 팀과 나중 발언 팀으로 구분하는 건 몇 번 해보다가 말았습니다. 이게 더 헷갈리더라고요. 반대가 먼저 발언하는 토론의 '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토론 대회에 나가게 되면 '찬성' 먼저 하게 될 테니 그냥 했습니다. 

학생들이 입안과 교차질의, 반박에는 적응을 잘 하는데, 요약과 마지막 초점은 힘들어 합니다. 원래 요약은 그동안의 토론을 정리하며 자기 팀의 강점과 상대팀의 약점을 부각해야 하는데, 논점을 파악하는 것. 거기에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일수록 그동안 발언한 내용을 그대로 읊거나 해버리거든요. 지금도 이 부분을 좀 더 잘 가르칠 방법이 없었을까 고민이 돼요. 

토론학교 / 토론대학 / 한국 디베이트 신문

저자는 디베이트 교육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토론학교도 운영하고 있고요 한국디베이트신문도 내고 있어요. 저도 여기에서 토론 지도 3급 자격증을 땄는데요. 2급부터는 토론학교에서 수업을 받은 후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는 도전하지 못했지만, (생업이 생업인지라.) 토론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가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심화편도 있답니다.

옆에 보면 깨알같이 인덱스 테이프가 붙어 있답니다.

심화편에서는 디베이트 수업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디베이트 코치들의 경험담도 있고요. 수업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수업진행 방식. 논제 분석과 요약하기 등 각 단계별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도 나와있어서 만약, 본격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꼼꼼하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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