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단 한사람이면 되었다/정해연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대개 의.식.주라고 표현하는데요. 진짜로 그 세 가지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의식주가 다 있어도 혼자라면, 그 인생은 살아내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무인도에 갖힌 로빈슨 크루소에게도 '윌슨'이 있었던 것 아니겠어요?

 

'착하다'는 건 무엇.

흥부놀부전의 교훈은 '권선징악'입니다.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죠. 아주 중요한 가치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착하다'는 개념은 타인의 어려움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을 포괄하는 선한 양심을 말하는 것이지,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무조건 남에게 맞추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자칫 우리는 '착함'을 오해하고 '나'를 잃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요. 

주인공 은아는 '착한 딸'이고 싶었습니다. 잘난 언니보다 나을 것이 없으니 그거라도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친구들에게도 자기 할 말을 딱부러지게 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자기를 놀리는 소리에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사람.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었어요.

 

한 사람이 다가오다? 다가가다.

은아의 첫번째 친구인 선희는 은아가 다가와줘서 고맙다고 하자, '네가 먼저 다가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먼저 말을 걸었던 것은 은아였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은아에게 힘이 되어준 교생 선생님은 내가 널 도운 게 아니라 '네가 날 돕는 거'라고 하고요.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상호적이어서 그가 나에게 '한 사람'이라면 나역시 그에게 '한 사람'인 것입니다. 그렇게 은아는 다른 이들과 '한 사람'으로 교류할 수 있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는데요. 읽다보면 그녀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면서 또 진짜 '자존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짧지만 알찬 이야기

소심한 왕따인 주인공이 자기를 돌볼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총 117쪽으로 분량이 적은 편입니다. 학교폭력을 다루고 있는 여러 소설들과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여기에 판타지적 요소와 반전이 맛있는 양념 역할을 해 주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전이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테니, 읽으면서 맞춰보세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